2008년 01월 19일
덕유산산행기
지난 주 비가 제법 내릴 때 중부지방은 눈이 제법 왔었다.
일요일엔 눈꽃구경하기 좋겠다 싶어서 덕유산행 산악회 버스를 수배했다.
일요일 아침...
늦잠에 취해 있다가 산행대장의 전화벨 소리에 잠을 깼다.
버스를 어디에서 탑승할거냐고 묻는 전화였다.
서면을 경유하니 거기서 타면 되겠다 싶어서 전화 끊자마자 씻지도 않고 옷만 챙겨입고 튀어나갔다.
전날 배낭을 꾸렸기에 망정이지...
급하게 김밥집에서 점심용 김밥 몇 줄 사 들고 버스에 올랐다.
다행히 버스 탑승시간엔 늦지 않았다.(08:10)
전북 장수군 안성매표소 도착하고보니 나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한 둘이 아닌 모양이다. 주차장엔 버스가 가득하고...
등산객들이 쏟아져 나온다...
인원점검을 하고 산행대장의 한말씀...
전국 각지에서 눈꽃산행을 위해 등산객이 몰렸으니 인원통제가 불가할것 같으니 알아서 향적봉을 지나 설천봉에서
곤도라를 타고 하산해서 무주리조트 주차장으로 집결하라는 것이었다...
산행대장의 간단명료한 브리핑 후 산행을 시작한다.(11:00)
등산로 입구부터 눈이 다져져 말 그대로 빙판이다.
그리고 사람들이 어찌나 많은지...산행속도가 더뎌진다...

산행속도를 느리게 하는 원인은 등산객이 많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좁은 등산로를 막고서 설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겠다는 사
람들이 많아서인듯 했다. 좋은 산에 와서 짜증내지 말자...속으로 중얼거리며 계속 산을 오른다.
사람들에 치여서 짜증을 내고...눈꽃을 보며 내 맘도 다시 하얗게 만들면서 기분을 풀고...
이렇게 약 두 시간을 오르니 동엽령에 이르렀다.(13:00)
동엽령에 오르니 장관이 펼쳐진다.
바람에 날려 얼어붙은 가지가 눈꽃을 만들고...눈덮힌 산줄기...
백두대간의 웅장한 자태까지...말 그대로 장관이다.

점심을 먹어야 하는데...말 그대로 칼바람이다...
바람을 피해 후미진 곳에 자리를 잡고 김밥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잠시 쉬었다가 향적봉을 향해 다시 산행을 시작했다.(13:30)
동엽령에서 백암봉, 중봉을 지나 향적봉으로 가는 길은 능선이다보니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칼바람...
오랜만에 살이 에이는듯한 느낌을 맛봤다..


백암봉을 지날때부터는 하늘이 하얗게 바뀌더니 이내 눈알갱이가 얼굴을 때린다. 그나마 다행인게 잠시 그러더니 그친다.
그래도 칼바람은 계속이다.
잠시 쉴 틈도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칼바람에 쉴 곳도 마땅찮고 사람들이 많아 천천히 걸었던 탓도 있을것이다.

향적봉대피소에서 잠시 쉬며 물을 마시려는데...생수통의 절반이 얼어있었다...
날씨가 춥긴 추운 모양이다. 흔들어 얼음덩어리들로 목이 적시니 의외로 시원하다...이열치열이 아니라 이한치한인가...
갑자기 날씨가 흐려져 경치구경은 못하고 향적봉에 올랐다.(15:00)
구름인지 안개인지...온통 하얗고 10미터 앞도 보이질 않는다.
날씨도 좋지않고 사람들이 엄청나게 많다...사진을 못찍어 아쉬움이 남는다.
다시 사람들에 떠밀려 설천봉으로 향한다.
도로가 막힌다, 차가 막힌다는 표현을 하지만...여기서는 사람이 막힌다는 표현도 괜찮을듯...사람들이 너무 많다.
좁은 등산로가 등산객으로 가득하다.
설천봉에 도착해서 다시 한번 놀랐다.(15:30)
수많은 인파가 곤도라를 탑승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마음같아서는 되돌아가 백련사쪽으로 걸어 내려가고 싶지만..
버스가 무주리조트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있다하니..어쩔수 없이 기다린다.
곤도라 탑승권 구입하는데 30분, 곤도라 탑승하는데 100분...
두 시간이 넘도록 눈밭에서 기다렸다.
고함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온다. 새치기하지 말라고...
질서만 제대로 유지하면 빠르게 탑승할 수 있을텐데...
참...시민의식이라는거...아쉽다..
한 시간 반쯤 지나서 리조트 직원들이 통제에 나섰고 그 때부터 줄이 조금씩 줄어들었다.
정말 힘들었다...산행보다도 두 시간 넘도록 눈과 바람을 맞으며 기다린 시간이 너무 힘들었다...
동상 걸리는줄 알았다.
곤도라에 탑승(17:45)하니 산행대장 전화가 온다. 어디냐고...
내가 제일 마지막이란다...내 산행속도가 느린게 아니었는데도...
산행대장 말이 모두들 새치기해서 빨리 내려왔는데...젊은 친구가 고지식하게 그냥 그대로 순서대로 내려왔냐고 구박이다..
나 때문에 버스가 출발을 못하고 있었으니 다른 미안한 생각도 들었지만...한편으론 좀 떨떠름하다...
결국 내가 새치기 하지 않아서 우리 일행에게 피해를 줬다는게...
18시 무주리조트에서 출발하는 버스에 오른다.
아쉬움이 많이 남는 산행이었다.
우선은 날씨가 도와주질 않았다.
사람 역시 마찬가지다. 너무 많았다.
일요일보다는 토요일은 선택했으면 좀 덜하지 않았을까...
그리고 내가 남에게 피해를 안주려 노력했던것이 결국 또 다른 이에게 피해가 되었다는 사실...아이러니다...
다음을 기약하며 부산으로 향한다.
# by scata | 2008/01/19 01:51 | 돌아댕기며(부산시외)끄적끄적 | 트랙백 | 덧글(0)




















